'글설리'를 아십니까?(비평에 대해서)

'글설리'를 아십니까?(비평에 대해서)

'글설리'는 '글쓴이를 설레이게 하는 리플'이라는 뜻입니다. 일명 '낚싯글'이라는 현상에 맞서는 또 다른 현상이죠. 낚싯글이라는 것은 별다른 내용도 없으면서 거창하거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으로 네티즌의 클릭을 유도하는 글입니다.

이런 글에 화가 난 네티즌은 글설리로 맞서죠. 글설리는...

글쓴이를 설레이게 하는 리플1
글쓴이를 설레이게 하는 리플2
글쓴이를 설레이게 하는 리플3
글쓴이를 설레이게 하는 리플4
글쓴이를 설레이게 하는 리플5
...

이런 식으로 의미없는 리플을 계속 달아서 글쓴이로 하여금 많이 낚았구나, 하고 흐뭇하게 했다가 막상 클릭해보면 화나게 만드는 수법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게 악용되어 진지한 글에도 이런 식의 리플이 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쓴이는 허탈감에 빠지죠.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저도 비슷한 경우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쟁이다 보니, 글을 읽을 뿐만 아니라 쓰기도 합니다. 예전에도 몇 개 썼고, 지금도 하나 붙잡고 있죠. 그러나 글을 올리고 나서 리플을 확인해보면 글설리를 본 글쓴이와 똑같은 심정이 됩니다.

건필하세요1
건필하세요2
감사합니다<- 가끔!
건필하세요3
건필하세요4
건필하세요5
...

약간 과장이 섞였습니다만, 실제 리플에 70-80% 이상이 저런 식입니다. 물론 건필하라는 말은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아니, 리플을 달아주셨다는 것 자체가 아, 고생해서 쓴 내 글을 꼼꼼히 읽어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더 많이 달리길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맙기는 하지만, 솔직히 글을 쓰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다음화를 쓰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들거나, 자료를 한 번 더 찾아보게 만들거나, 독자들의 눈이 무서워서 한 번 더 퇴고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런 리플을 더 많이 달리길 기대하면서 급한 마음으로 설렁설렁 글을 휘갈기게 할 뿐이죠.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좋은 소리보다 안 좋은 소리를 더 많이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각오일지도 모르죠. 제가 원하는 것은 비평입니다. 아니, 비판도 좋고 비난도 좋고 욕도 좋습니다. 어떤 형식이든 무엇인가 지적해줬으면 합니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보는 건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읽는 건지, 줄거리를 이해하며 읽는 건지, 내 의도가 좋아서 읽는 건지, 그저 웃기니까 읽는 건지, 선작해뒀고 글이 등록되니까 조건반사적으로 읽는 건지, 알 수 있는 건덕지가 없습니다.

'창작과 비평'이라는 말을 아실 것입니다. 저는 글쓴이는 창작이라는 형식으로, 독자는 비평이라는 형식으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그 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가능케한다고 믿습니다.

붕어빵에 붕어는 들어있지 않지만, 최소한 붕어처럼 생겼기 때문에 붕어빵이라고 할 겁니다. 문학사이트의 기본은 창작과 비평이라고 봅니다. 그 외 잡담이나 정보, 관심사에 대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글쓴이는 창작을 하는데, 독자는 비평을 할 수 없다?-게다가 올라오는 글의 대부분이 잡담을 빼면 '추천'인 상황에서 과연 '문학사이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차라리 글쓴이들의 '이익보호사이트'라든가, '광고사이트'에 더 가까운 듯 보입니다.

인디언 전설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신이 보자기에서 사슴을 꺼냈습니다. 그 사슴은 풍요로운 초원을 뛰어다니며 번성했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사슴의 수는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멸종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먹을 것이 풍부했기 때문에 사슴이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슴의 건강이 나빠졌고,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에 전염병이 돌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신은 보자기에서 늑대를 꺼냈습니다. 늑대는 사슴을 잡아먹었습니다. 사슴의 수는 더욱 줄어들었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사슴의 수는 점점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늑대가 사슴을 잡아먹으려 했기 때문에 사슴은 죽을 힘을 다해 뛰지 않으면 안되었고, 뛸수록 건강해져서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지금 우리에게는 늑대가 필요한 듯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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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그린이™ | 2006/02/14 21:19 | 구시렁구시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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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토마일 at 2009/04/29 01:24
건필하세요1


....농담이구요, 정말 공감합니다.
설리만 달리는 건 무리플 다음으로 기분나쁘죠.
Commented by ^^ at 2009/09/12 17:13
글설리 뜻을 검색했다가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저도 그림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칭찬보다는 영양가있는 비평이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것을 느끼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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